여행/성당

미리내 성지 2016년 11월 00일

왜사냐건웃지요 2016. 12. 4. 20:07

가을 단풍을 이대로 보내기 너무 아쉽다.

 

나홀로 어디로 향할까 고민하다가 나의 부릉이로 미리내성지로 향했다.

 

난 사실 조용한 사찰을 더 좋아하지만, 어머니가 천주교 신자이신 관계로 주말마다 한량으로 지내는 불효를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해 목적지를 천주교 성지로 삼고 출발했다.

 

집안에 있을 땐 나오기가 귀찮지만,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면 귀찮음을 이겨내고 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든다.

 

짧지 않은 거리를 떠나는 것이지만 경험이 없어 준비가 서툴다. 결국 지나는길 구멍가게에서 초코바와 커피로 허기를 채우고 한적한 호수에서 잠시 여유를 즐긴다.

 

하지만 이 여유도 목적지를 향한 급한 성격탓에 즐기지 못하고 이내 자리를 떠났다. 돌아오는길에 다시 오면 되리라.

(결국, 네비년이 시키는데로 서울로 향해 이 곳을 다시 지나치지 못했다)

 

 

 

 

미리내 성지는 김대건신부의 묘가 있는 곳이다.

 

여느 종교시설처럼 신자들로 붐비지만, 결코 시끄럽지 않다. 사람들은 차분하게 만드는 이런 종교의 힘이 난 참 좋다.

오는길에 핸드폰 충전을 하면서 왔어야 했는데, 멍청하게도 밧데리를 소비만 할 줄 알았지, 충전은 신경도 안썼다.

 

덕분에 정작 아름다운 단풍은 사진에 담지 못했다. (내 부릉이도 간지나게 한 컷 찍어주려 했으나 실패했다)

 

 

오래된 성당, 난 이런 성당이 좋다. 나의 청승을 캐톡으로 친구에게 전송했더니, 성당의 엉덩이나 보내지 말고 제대로된 사진을 보내라 한다.

 

 

밧데리가 수명을 다하기 전 한 컷,

 

이 성당은 작은 성당이고,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성당을 볼 수 있다.

 

이 성당의  제단에는 김대건 신부의 뼈가 액자속에 박혀있다. 원래 성당이라는 것이 성인의 묘 위에 짓는 것이라 들었으나, 조금은 무섭지 않은가. 진짜 사람의 뼈를 종교의 이름으로 전시하고 있는 것 아닌가.

 

성당에서 방향을 틀어 산속으로 올라가면, 겨울왕국의 트롤들이 모여살법한 곳이 나오는데, 나는 이곳에서 한참을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곳 때문에 나는 미리내 성지를 다시 찾아야 겠다 생각할 정도로 대충만들어 놓은 그 모습이 내맘에 쏙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