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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 박범신

왜사냐건웃지요 2012. 8. 4. 21:05

 

아... 흡입력 쩐다. 추리 소설 같아....

 

은교... 슬프다...

 

'은교'를 빌리려 했는데, 인기가 많아 대신 '롤리타'를 먼저 읽었다.

 

우선 롤리타와 은교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어린여자, 두 소설 모두 어린시절 그녀와 오버랩되는 어린 여자를 사랑하다.

 

롤리타는 적극적이고, 저항도 하지 않고, 오히려 험버트험버트와 적나라하게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우리의 은교는 은은하다. '향'처럼 그녀의 관능(?)은 은은하게 방안을 가득 채운다. 두 명의 남자 사이에서.

 

사랑이라고는 본적도 만진적도 없어서 사랑을 믿지 않는 시인 이적요는 은교를 기다리면서 자신의 행동에

 

'은교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꼭 다른 사람을 관찰하듯이 얘기한다. 그 처럼 자신도 모르게 은교가 가슴속에 들어온것이다.

 

'이뻤다'에서 '사랑스럽다'. 그리고 '사랑한다'로......

 

화아~ 뽀드득뽀드득. 입김을 불어 창을 닦는 은교의 모습...

 

그 아이의 발걸음은 콩.콩.콩, 아니 쫑.쫑.쫑...................

 

롤리타는 '님펫(어린 여자아이)'을 향한 에로틱적 사랑이다.

 

하지만 은교는 노인네가 하는 ' 첫. 사. 랑.' 이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찡한 것인지 모르겠다. 은교를 차에 태우고 드라이브하며, 매일같이 달리는 길의 전봇대마저 다르게 보이는걸 '사랑'이 아니면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그래. 줄거리는 그렇다 치고, '롤리타'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바로 그것이다. 어린 소녀와의 사랑을 노래한듯 하지만.

 

은교는, 늙는것에 대한 서러움을 쓰고 있다. (작가가 그랬다) 그래서 더욱더 그곳에 초점을 맞춰 소설을 읽었다.

 

보면, 소설 속 주인공 , 이적요는 자신의 애마 늙은 '코란도'와 함께, 늙어 가는 모든 것에 서러움을 느낀다.

 

노인이라고 무시하면 언제나 발끈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의 마음에 은교가 들어 앉은 후, 자신의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

 

나이 때문인 것만 같아서 더더욱 그러하다.

 

늙는 것도 서러운데, '멍청한' 제자와의 묘한 삼각관계라니.... 자신이 한심스러웠을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 뿐만 아니다. 작가 자신도, 그의 글에 젊은이들이 쓰는 신조어를 은교의 입을 통해 꾸역꾸역 쑤셔 넣었다.

 

은교를 읽는 독자들에게 '박범신' 자신은 젊이이들의 이런 단어를 알고 있다!!! 라고 증명이라도 하듯...

 

악착같이, 심지어 나도 모르는 신조어를 연신 쏟아낸다. ㅎㅎㅎ 늙는 서어움은 알지도 못하는 시인, 작가들의 시를 통해 꾸역꾸역 자신의 소설을 정당화한다.

 

개인적으로 '꿈, 호텔 캘리포니아'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는 그런 몽환적인 분위기를 상당히 좋아한다.

 

꿈에서 나이를 늘였다 줄였다. 작가가 바라는 것이 아닐까.....

 

영화 은교를 봐야겠다. 여튼 은교는... 야한! 소설이 아니라!! 늙는 설움을 롤리타 신드룸의 양념을 빌려온 슬픈 소설이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