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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시칠리아에서의 대화 (conversazione in sicilia) - 엘리오 비토리니


많은 책을 읽은건 아니지만, 그동안 읽은 책 중, 손에 꼽을 수 있는 책을 한권 더 얻었다.

초반의 지루함을 이겨낼 수 있다면, 몽환적이고, 초현실주의적인 이 책에 빠져 들 수 있을 것이다.

역시, 흥미와 재미를 자극하면 흥행? 할 순 있겠지만, 감성을 자극하면 그 여운이 오래가는 것 같다.

-본문 중-

그리고 기다리면서 계곡 위로 연 하나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중략.......................

종이와 바람만을 원하는 소년은, 단지 연을 날리는 것만 필요하다.

밖으로 나가 연을 띄운다. 연은 소년에게서 솟아나는 함성이며,
소년은 보이지 않는 긴 실을 통해 그것을 하늘로 날리고, 그리하여
소년의 믿음은 확신을 먹고, 확신을 찬양한다.

하지만 나중에 그 환식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람은 나중에 세상에 가해진 모욕들을 알고, 사악함과 예속, 사람들 사이의 불의, 인류와 세상에
거스르는 지상적 삶의 모욕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만약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자문한다.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할것인가?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그리고 연은 지나갔다. 나는 하늘에서 눈을 뗏고, 저택 앞에 칼을 가는 사람이 멈추어 있는것을 보았다.

중략....

칼갈이 : 세상을 모욕하는 것은 너무 나빠요.
그리고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칼갈이를 만나기 전, 하늘에 연이 지나가던 때의 생각들로 돌아가 있었다.
이제는 칼갈이가 마치 그 연 같았다.

중략..

그러자 그(칼갈이)가 말했다. " 때로는 사람들은 세상에 대한 모욕과, 세상의 사소함을 혼동하기도 하지요."

중략....

지금은 나 대신 , 마치 나의 연이 말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