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제1학기
궁중건축 서평
서 명: 책만 보는 바보 –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
저 자: 안소영
출 판 사: 보림출판사
출판연도: 2005년 11월
정 가: 13,000원
불혹의 바보탈출
제출자:최인영(041734)
목차
1. 저자와 책에 대하여
2. 서자 이덕무, 그리고 책
3. 이덕무의 벗
4. 맺음말
5. 참고문헌
1. 저자와 책에 대하여
이 책의 저자 안소영은 1967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서강대학교 문과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민족분단으로 고통을 겪어 온 이들의 삶을 듣고 기록하였다. 글을 읽으며 활자 뒷면에 숨은 이야기를 상상해 보기 좋아하며 특히 역사 속에 묻힌 인물들에게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는 데 관심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서자출신이라는 이유로 큰 뜻조차 품지 못한 실학자 이덕무가 쓴 ‘간서치전’과 실제로 그가 이루어낸 업적을 정리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작가가 서자출신으로 젊은 나이에 뜻을 펼칠 길이 없어 책에만 몰두하는 이덕무의 모습이 안쓰러워 그의 행적을 정리한 책이 이 책이다. 책만 보는 바보라는 ‘서간치’ 라는 말을 이덕무는 싫어하지 않았다. 작가 역시 그 책만 보는 바보를 결코 ‘바보’라 여기지 않았다. 이 책은 조선의 신분제 속에 뜻을 펼치지 못하는 이덕무의 다른 서자출신의 벗들도 함께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마치 이덕무의 자서전, 혹은 일기를 읽는 듯하다. 책 사이사이 강남미 화가가 그린 그림을 더해 어린아이의 그림일기를 보듯이 봐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양반도 천민도 아닌 그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는 것뿐이었다. 그가 되뇌는 고뇌는 그의 친구의 상황과 함께 가슴속 깊은 곳까지 파고든다. 옆에 그려진 동양적인 그림은 상상력을 도와 책속 한 장면에 나를 몰입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자신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자신의 벗, 자신의 스승, 그리고 마침내 세상 ‘안’으로 들어온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신분의 굴레 없이 풍족한 현재의 삶 속에 그의 삶을 빗대어 보며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 책이다.
2. 서자 이덕무, 그리고 책
실학자 이덕무, 책만 보는 바보, 그리고 이 책에서 내가 찾은 가장 귀여운 장면은 방안에 든 햇살을 따라가며 책상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책을 읽는 어린 이덕무의 모습이었다. 그가 왜 그리 책에 집착했는지는 알 수 없다. 책으로 신분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그가 잘 알고 있었다. 책으로 자신의 가족을 부양할 수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헌데 그는 왜 그렇게 책읽기에 몰두한 것일까? 그가 말 한데로 굶주림을 잊기 위해? 추위를 잊기 위해? 근심과 걱정을 덜기 위해? 기침병을 잊기 위해? 그가 불혹의 나이에 관직을 얻은 것은 추천에 의해서지 과거에 의한 것은 아니다. 가장으로 가족을 부양하지 못하는 괴로움은 이 책에서도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책에 그토록 책에 빠져 있었던 것은 그가 유일하게 즐길 수 있던 것이 ‘책 읽는 바보’가 되는 게 아닌가 한다. 결과적으로 관직을 얻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이 그 것이었지만, 만일 아무도 그를 추천해 주지 않았더라면 ‘바보’로 남을 수밖에 없는, 조금은 무책임할 정도로 책에 빠져 지냈다. 무슨 꿈을 품고 그토록 열렬히 책을 읽었던 것일까?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가 그 만큼 책을 읽었기에 훌륭한 벗과 스승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일까?
3. 이덕무의 벗
클럽, 이덕무와 그의 친구들을 지금의 말로 표현하려 한다면 ‘탑골공원 독서클럽’ 쯤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유유상종, 서자는 서자끼리 논다. 박제가, 유득공, 백동수 그나마 글을 읽을 줄 알고 양반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로 그들은 가까워 질 수 있었다. 그의 친구 중 에는 ‘서민’과 ‘천민’은 없는 것 같다. 여하튼, 그 독서클럽의 깊이가 하도 깊어 적자출신의 사람들도 빠져든다. 덕분에 담헌선생과 연암선생과도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적자인 이서구와 같은 어린 벗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신분과 현실에 굴하지 않고 그의 지식을 깊이 쌓았기 때문에 가능 했을 것이다. 신분의 벽도 뛰어 넘는 그들이었지만 가난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책을 팔아 식량을 구하고, 자식을 먼저 보내야 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늘 ‘벗’이 함께 하여 서로를 위로해 주었다. 배움의 자세로 늘 공부하고, 또 ‘배부른’ 학문이 아닌 ‘배불릴’학문을 고민하는 것이 어쩌면 그들의 삶속에서 나온 현실적 학문이 아닌가 한다. 그들은 ‘서자’라는 신분에 억매여 있었지만, 그 높은 사대부집 자제들처럼 생각이 억매여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들보다 자유롭게 생각을 펼칠 수 있었고, 명분을 내세워 청나라(오랑캐의 나라)를 배척하지 않아도 되었다. 조선 신분제의 반항아라 할 수 있는 그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 신분제의 최고 권력인 ‘왕’에 의해 발굴되고, 정권교체와 함께 다시 매장 당한다. 결국 그들은 단 한 번도 신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4. 맺음말
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타고난 신분의 운명을 거스르는 자의 승리? 하지만 결국은 그 신분제 속의 최고 지배자의 영향을 받는 어쩔 수 없는 운명론자? 누군가 말했다. 책속에 길이 있다. 하지만 역시나 시대를 잘 타고 나는 것도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자신이 타고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이덕무는 분명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으로 겸손하게 지식을 쌓는 그의 모습은 본받을 만하지 않다 말할 수 없다. ‘논어’와 같은 인문고전을 읽으라는 내용의 <리딩으로 리드하라>를 읽고 그동안 나의 편식적인 독서 생활을 반성하고 있던 차에 좋은 책을 만난 것 같다. 이미 이덕로는 책속에서 스승을 찾아 스스로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덕무와 같은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다. 자신의 신분을 운운하면서 결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지만, 오히려 백동수와 같이 먹고살 궁리를 하는 게 옳은 게 아닌 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각자 자신의 상황 속에서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덕무의 가난 속에서의 바보같은 독서 모습은 풍요 속에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나의 모습을 부끄럽게 하였다.
5. 참고문헌
이지성, <리딩으로 리드하라>, 문학동네, 20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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