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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신들의 계보 -헤시오도스-

 

 

 

그리스 신화에 대한 지식이 없는 내가 이 책을 통해 신화의 지식을 얻기란 쉽지 않았다. 각 인물에 대한 자세한 주석이 없었다면, 전반적이 내용조차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 그 주석조차 이야기의 형식이 아닌 인물에 대한 설명에 가까워 그동안 알고 있던 이야기 형식의 그리스 로마신화에 익숙한 나에게 적잖이 쉽지 않은 책이었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이 책은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리스 로마신화를 잘 알고 있다면, 원문 그대로를 번역해 놓은 이 책은 당시 신화를 노래했던 그들의 눈으로 신화를 대하기에 좋은 책이다.

 

신들의 계보, 일과 날, 헤라클레스의 방패, 여인들의 목록 이렇게 4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의 첫 번째 장은 제목과 같이 신들의 출생을 노래한다. 무사의 여신들의 노래로 시작해 카오스, 가이아 등 태초의 신부터 그의 자녀들, 자녀들의 자녀들(제우스), 또 그의 자녀들 까지 신들의 계보를 노래하고 있다. 또 스핑크스, 페가소스와 같이 신화속에 등장하는 괴물, 또는 짐승들 역시 그 출생을 설명하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노래에 헤시오도스자신의 이름을 삽입한 점인데, 주석에 의하면 당시 상황으로는 저서의 유포가 불가능해, 노래의 전파자로서의 자긍심에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신들은 인간과 같이 성생활을 통해 태어나고, 또는 인간과 결합하며, 신적인 능력을 제외하면 많은 것이 인간과 닮아 있다. 제우스와 같이 여성을 탐하고, 헤라와 같이 질투하며, 싸우고, 술 마시고, 노래하고, 벌을 받고, 용서한다. 이것은 역시 신화 속 에서는 신이 인간을 창조하지만, 결국 그 신화를 창조한 것은 인간이라는 역설적이 사실 때문이 아닐까 한다.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그 시대에는 특히 인간의 힘으로 다스릴 수 없는 자연현상에 민감했을 것이다. 때로는 인간에게 풍요를 안겨주지만, 반대로 많은 인명을 앗아가기도 하는 자연의 힘은 올륌포스산의 신들을 끓어 들이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왜 바다의신 포세이돈이 육지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관장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 밖에 제우스는 하늘에서 벼락을 던지고, 하데스는 지하의 세계에서 음모를 꾸미는데 무엇에 관한 음모인지는 자세하지 않다.

 

제우스의 아들, 또는 그의 후손들은 영웅으로 묘사돼 많은 활약을 한다. 이것 또한 우리 인간들 중 그 업적이 뛰어난 사람을 신의 아들로 포장한 것이 아닐까? 페르세우스, 아킬레스, 헤라클레스등은 그들의 용기와 많은 업적으로 그 누구와 비교 할 수 없어 다름 아닌 신 제우스의 아들로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 신의 자식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노래 속에는 상상속의 장소가 아닌 그리스 안의 지명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만큼 그리스인들에게 신들이란 그들의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현재 우리가 교회와 절을 짓듯이 그들은 그들의 산에 각기 다른 신을 모시는 신전을 지어 숭배했다고 한다.

 

일과 날에서는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으로 인간을 위해 불을 훔쳐가는 프로메테우스와 그것을 알면서도 인간에게 벌을 주기위해 속아 넘어가는 제우스를 보면 일에 대한 인간의 운명론적 순응을 유도한 것 이 아닐까.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사전에 차단 할 수 있었지만, 그러면 인간에게 벌을 줄 수 없어 인간의 고된 노동을 설명할 수 없다. 또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와 판도라의 이야기로, 인간에게 벌을 주어 신들과 달리 인간은 늙고, 죽고, 일을 해야하는 운명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것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와 비슷하게 원래는 편안하게 살 수 있었지만, 우리의 잘못으로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려 한 것 같다. 놀랍게도 이 노래는 신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언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날짜에 맞춰 설명하고, 일하는 방법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고 있었다. 또 인간에게 도덕적 삶을 권하듯 페르세스에게 근면과 염치 등을 훈계하고 있다. 이 역시 다시 한 번 신의 입을 빌려 인간이 스스로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그 밖에 헤라클레스의 방패와 여인들의 목록도 수록되어 있는데, 헤라클레스의 방패는 헤라클레스의 출생과 그의 전투를 그가 가진 방패와 함께 노래하였고, 여인들의 목록은 여러 단편을 엮은 것으로, 여인들을 주인공으로 영웅의 어머니를 노래하고 있지만, 빈 부분이 많아 내용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끝으로 책에는 유독 여성을 묘사할 때 복사뼈가 날씬한 소녀, 복사뼈가 예쁜 소녀, 이런식으로 복사뼈를 언급하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그 시대의 미의 기준이 복사뼈였던 것일까? 원문에 충실한 책이지만, 그 당시 정서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닌가한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시조와 같이 현재는 다소 거리감 있는 문학작품으로 신화적 지식과 이야기를 먼저 익힌 후 읽는다면 조금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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